이색 라면 여름 결전

조선일보입력 2020-06-09

칼국수 면발, 타마린드 양념 등 비빔면 승부

“작년에는 미역 전쟁(戰爭), 올해에는 각자도생(各自圖生).”

라면업계 관계자들에게 올여름을 장식할 ‘시즌 상품’ 트렌드를 묻자, 돌아오는 답변이 똑같았다. 작년 여름에는 미역을 재료로 한 비빔면이 여름 면(麵) 시장을 뜨겁게 달궜다. 하지만 올해는 식품회사들이 다양한 제품을 선보이며 일전을 벼르고 있다. “올여름 ‘면 전쟁’은 춘추전국시대가 될 것”이라는 것이다.

◇올해 트렌드, 기본기 비빔면

라면 업체 빅3인 농심과 오뚜기·삼양식품은 여름 면의 기본인 ‘비빔면’에 우선 집중하고 있다.

여름 라면 시장을 앞두고 라면 신제품이 잇따라 등장하고 있다.
여름 라면 시장을 앞두고 라면 신제품이 잇따라 등장하고 있다. 농심 칼빔면(위 큰 사진)은 ‘기본에 충실한 비빔면’ 트렌드에 맞춘 신제품이다. 실험적인 이색 라면도 꾸준히 나온다. 오뚜기 반반라면, 팔도 비비크림면, 삼양식품 백순대볶음면, 농심 도토리쫄쫄면(아래 사진 왼쪽부터) 등 독특한 재료와 맛을 앞세운 제품들이 출시되고 있다. /농심·오뚜기·팔도·삼양식품
농심은 여름 신제품 ‘칼빔면’을 지난 4월 출시했다. 칼빔면은 일반 라면 면발로 만든 비빔면과 달리 처음으로 넓적한 ‘칼국수 면발’을 썼다. 면이 너무 굵으면 양념장과 따로 놀 수 있어, 두툼하면서도 양념장 향이 잘 묻어나는 면을 만드는 데 집중했다. 일반 라면보다 반죽 표면이 거친 밀가루 최적 배합 비율을 찾아내, 차가운 물로 헹궈도 딱딱하게 굳지 않도록 했다. 소스는 다진 김치를 넣은 양념장으로 차별화했다. 출시 한 달여 만에 500만개가 팔렸다.

오뚜기는 지난 3월 말 진라면·진짬뽕 시리즈의 연장선으로 ‘진비빔면’을 내놨다. 태양초 매운맛과 타마린드 양념으로 새콤함을 살렸고, 기존의 메밀 비빔면보다 푸짐하게 중량을 20% 정도 늘렸다. 타마린드는 동남아시아에서 주로 사용되는 향신료로 열대지방 음식에 새콤한 향미를 더하기 위해 쓰인다. 동남아에서 친숙한 소스를 첨가해 해외시장까지 공략하겠다는 의도가 엿보인다. 진비빔면은 출시 2개월 만에 2000만개가 팔렸다.

삼양식품은 기존 불닭비빔면을 응용해 매운맛을 강조한 ‘도전!불닭비빔면’을 지난 3월 출시했다. 도전!불닭비빔면은 기본 액상 소스에 스코빌지수(SHU·고추에 포함된 화학물질 캅사이신 농도를 측정하는 지수) 1만2000의 별첨 소스를 추가로 구성한 상품이다. 불닭비빔면의 인기를 여름 시장까지 이어가겠다는 전략이다.

◇실험적 라면은 조용히 출시

라면 업체들은 기본기가 탄탄한 주력 상품을 앞세우고 있지만, 특별한 마케팅 없이 실험 삼아 내놓는 ‘버즈(buzz· 소문) 라면’도 꾸준히 출시하고 있다. 이윤 추구 목적으로 만든 ‘커머셜(commercial·상업) 라면’이 아닌, 주로 젊은 세대에게 브랜드 이미지를 알리기 위한 상품이다. 이런 라면들은 소셜미디어에서 공유가 잘될 만한 특징이 있다. 이색 조합, 채식주의자·군장병 등 확실한 타깃층으로 ‘틈새시장’을 공략하는 것이다.

팔도는 2월 인기 제품 ‘팔도비빔면’에 크림 분말 수프를 넣은 신제품 ‘팔도BB크림면’을 출시했다. 매콤한 비빔장에 크림 분말을 추가했는데, 화장품을 연상케 하는 포장지 디자인이 눈길을 끌었다. 농심은 2017년 선보인 참치마요큰사발을 꾸준히 내놓고 있다. 참치와 마요네즈를 섞은 소스를 비벼 먹는 라면으로 1020세대를 공략하기 위한 제품이다. 농심 관계자는 “지난해 선보인 도토리쫄쫄면은 연간 45억원 매출을 올렸다”며 “신라면(7600억원)·짜파게티(1850억원)와는 비교도 안 되는 규모지만, 이 맛을 즐기는 마니아들이 있다”고 말했다.

오뚜기도 채식 라면인 ‘채황’ 등 마니아를 겨냥한 제품을 밀고 있다. 채황은 열 가지 채소를 사용해 맛이 깔끔하다는 평을 받는다. 고기가 들어 있지 않아 최근 늘어나고 있는 채식주의자들도 즐길 수 있다. 국내 라면 중 유일하게 영국 비건 협회인 ‘비건 소사이어티(The Vegan Society)’에 등록된 제품이기도 하다.

삼양식품은 차갑게 먹는 비빔면과 짜장면 위주의 ‘국물 없는 라면’ 시장의 틈새를 공략하기 위해 2007년 출시한 ‘간짬뽕’이 군대에서 연간 30억원 이상 판매되자 2017년 ‘군대간짬뽕’을 출시하기도 했다.